간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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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유 / 결혼식
임승유 / 결혼식 버스에서 내려 이정표를 따라갔어. 나는 저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은 방향인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어디 가고 없더라고. 이제부터 정신 차려야 할 때 나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거니. 나무를 보다가 나무가 멈춘 걸 알았다. 그래도 너한테 말하고 있어. 나무가 다시 갈 때는 간격이 있고 나는 무사히 도착했다. 딴 데 간 줄 알았던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더라고. 이제 너를 찾기만 하면 돼.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인사를 하고 돌아다니다가 끝나버렸다. 우린 잘 지냈으면 좋겠다. 임승유 / 결혼식 (임승유,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문학과지성사, 2020)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2.29 -
양안다 / 폭우 속에서 망가진 우산을 쥐고
양안다 / 폭우 속에서 망가진 우산을 쥐고당신이 금요일을 사랑해서 금요일에 만났다금요일이면 같이 커피를 마시고골목을 걷고그러나 이상하게도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없지저번 금요일에는 그림을 그렸다 내가 빈방을 스케치하는 동안왜 사람을 그리지 않는 거죠, 당신이 말했다다음 금요일에는 무엇을 할까아내를 지독하게 사랑했다던 화가의 전시를 본다아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했대화가는 신을 찾았을까우리는 갤러리를 걸으며 화가의 미래로 향한다저기, 저 새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어요교회가 세워진다악마를 그렸구나 불구덩이에 화가의 미래가 있어그런데우리 미래는 어디에 있어?*누가 액자의 간격 같은 걸 정하는 걸까나는 관람객을 관람하고 있을 죽은 화가의 영혼을 상상했다 그는 떠나는 관객을 웃으며 마중했으나 뒤돌아서자..
202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