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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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 겨울은 말한다
김연아 / 겨울은 말한다 나비들이 내는 소음 없이 우리가 어떻게 첫 새벽의 여명을 알 수 있을까? 이 도시는 잡담이 가득하고, 여자들은 거세된 애완동물을 기르지 너는 어느 도시에도 이름이 등록되지 않은 자 바람 소리로 사람들을 변화시키지 네가 이동을 멈출 때 나무는 거기에 뿌리를 내렸고 동물은 황홀한 잠에 빠져들었어 흰색 위에 검은 사각형이 포개진 말레비치 그림처럼 네가 내게 비밀을 건네주는 사이 창문은 경련하듯 켜지고 또 꺼졌다 이 불꽃 뒤에는 누구의 얼굴이 숨어 있을까? 조용히 누워 회색 침대보로 나를 봉인할 때 겨울 빨래가 빨랫줄에서 삐걱거리듯 문장의 꿰맨 자리가 한 땀씩 터질 때 빙산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보라색 여명을 볼 수 있는 입지점이 필요해 그러나 내가 듣는 것..
2020.08.22 -
김연아 / 먼지색 입술에 입맞추네
김연아 / 먼지색 입술에 입맞추네 한 사내가 달을 지고 검은 산을 내려간다 밤은 아름답고 멀리서 죽어가는 소리들 나의 내부에선 음악이 멈추었다 내 그림자를 보려고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너무 많은 환각이 나를 갉아먹었다 이 몸의 원시적 발성은 어디서 오는 건가 오늘 언어란 뿌리를 잘못 내린 울음 같아 어떤 진동도 섬광도 없이 당신이 내 안에 스며들어 오고 당신의 아버지의 어머니가 스며들어 오고 나는 그 모든 나이와 함께 있다 연인의 과거를 노래하는 여인처럼 당신의 입술은 잠시 열렸다가 닫혔다 서쪽으로 몰려가는 청회색 구름 같은 암브로시아 성가 흩뿌려진 하얀 재 당신은 삶과 죽음의 숙명적인 쌍 밖으로 표류한다 당신이 타고 있는 배는 아무 데도 없는 곳을 맴돌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2020.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