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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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 이별여행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김행숙 / 이별여행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어젯밤 나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떠났네. 마지막 기차를 타고 네 시간을 달려 새벽이라고 부르는 시간에 도착했어. 나는 새벽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네. 안녕, 새벽. 바닷가 마을도 아닌데 멀리서 파도 소리가…… 민박집 주인이 손전등을 준비해 오라고 했어. 오는 길에 가로등이 없답니다. 양배추밭 사잇길로 어둠을 쏘아보며 씩씩하게 걸어오세요. 검은 고양이 같은 어둠에 대해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는데…… 손전등으로 어둠을 비추니 내가 들킨 것처럼 으스스했어. 아, 안녕 어둠. 바닷가 마을도 아닌데 파도 소리가 멀어졌다 멀어졌다 가까워지네…… 왜 내게 인사도 하지 않는 거니? 네가 말했지. 글쎄, 나는 마음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 그..
2020.11.05 -
김행숙 / 다른 전망대
김행숙 / 다른 전망대 저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를 전망대라고 생각해봅시다.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 앉은 까마귀를 다른 전망대라고 생각해봅시다. 당신의 나뭇가지가 부러지면, 당신의 전망대가 무너졌다고 탄식하기로 합시다. 한 그루 나무가 뿌리째 뽑히면, 얼마나 많은 눈동자들이 한꺼번에 눈을 감았는지 온 세상이 다 캄캄해졌습니다. 숲이 불타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처럼 활활 타고 있습니다. 불이라면, 불의 군주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불빛에 도취한 연인의 독백이 독재자의 것처럼 느껴져 나의 사랑이 무서워졌습니다. 김행숙 / 다른 전망대 (김행숙, 1914년, 현대문학,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