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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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장미성운
양안다 / 장미성운 우리가 빛과 빛 사이에 놓여 있을 때 이곳이 어디인지 잠시 잊고 그 사실이 불편하지 않다면 너는 종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나는 부유하는 먼지를 바라보는데 우리의 일부가 끝없이 확산되는 시간 붉은 병이 깨지자 주변이 온통 꽃밭이었다 손목을 그으려고 했어, 그런 말을 쉽게 하게 되고 폭우 속에서 걷는 연인을 바라보며 그들의 대화를 상상해 보는 일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휩쓸리고 있다고 우리가 어둠 속에 놓여 있을 때 언젠가 들었던 예언을 떠올리며 서로를 미리 증오하고 너는 눈이 내린다고 말한다 나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는데 풍선을 삼키고 그냥 터져 버렸으면 좋겠어 그때도 날 보러 와 줄래? 춥고 어둡다며 네가..
2020.11.29 -
기혁 / 아지랑이
기혁 / 아지랑이 꽃밭에 가면 모두가 철제 침대에 묶여 있다. 하늘을 보며 히죽히죽 웃던 아이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눈다. 아무런 기약이 없어도 슬퍼할 일들은 볼일로 남는다. 찢어진 채 흔들리던 겨울의 보호자, 입원 동의서를 써준 그가 다녀갔다. 기혁 / 아지랑이 (기혁, 소피아 로렌의 시간, 문학과지성사,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