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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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 끼니
고영민 / 끼니 1 병실에 누운 채 곡기를 끊으신 아버지가 그날 아침엔 밥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너무 반가워 나는 뛰어가 미음을 가져갔다 아버지는 아주 작은 소리로 그냥 밥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아주 천천히 오래오래 아버지는 밥을 드셨다 그리고 다음날 돌아가셨다 2 우리는 원래와 달리 난폭해진다 때로는 치사해진다 하찮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가진 게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한겨울,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다가 한 노숙자가 자고 있던 동료를 흔들어 깨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먹어둬! 이게 마지막일지 모르잖아 고영민 / 끼니 (고영민, 사슴공원에서, 창비, 2012)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7.21 -
허연 / 내 사랑은 언제나 급류처럼 돌아온다고 했다
허연 / 내 사랑은 언제나 급류처럼 돌아온다고 했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보이지도 않은 길 끝에서 울었다. 혼자 먹은 저녁만큼 쓸쓸한 밤 내내 나는 망해가는 늙은 별에서 얼어붙은 구두끈을 묶고 있었다. 부탄가스 하나로 네 시간을 버티어야 해. 되도록 불꽃을 작게 하는 것이 좋아. 어리석게도 빗속을 걸어 들어갔던 밤. 잠결을 걸어와서 가래침을 뱉으면 피가 섞여 나왔다. 어젯밤 통화는 너무 길었고, 안타까운 울음만 기억에 남았고, 나는 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알고 계세요 하나도 남김없이 떠나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지대의 나무들을 또 얼마나 흔들리는지. 내 사랑은 언제나 급류처럼 돌아온다고 했다. 허연 / 내 사랑은 언제나 급류처럼 돌아온다고 했다 (허연, 불온한 검은 피,..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