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가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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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 불면
문보영 / 불면 누워서 나는 내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내 옆의 새벽 2시는 회색 담요를 말고 먼저 잠들었다 이불 밖으로 살짝 나온 내 발이 다른 이의 발이었으면 좋겠다 애인은 내 죽음 앞에서도 참 건강했는데 나는 내 옆얼굴이 기대서 잠을 청한다 옆얼굴을 베고 잠을 잔다 꿈속에서도 수년에 걸쳐 감기에 걸렸지만 나는 여전히 내 발바닥 위에 서 있었다 발바닥을 꾹 누르며 그만큼의 바닥 위에서 가로등처럼 휘어지며 이불을 덮어도 집요하게 밝아 오는 아침이 있어서 잠이 오면 부탄가스를 흡입하듯 옆모습이 누군가의 옆모습을 빨아들이다가 여전히 누군가 죽었다 잘 깎아 놓은 사과처럼 정갈하게 문보영 / 불면 (문보영, 책기둥, 민음사, 2017) https://www.instagra..
2020.03.07 -
허연 / 내 사랑은 언제나 급류처럼 돌아온다고 했다
허연 / 내 사랑은 언제나 급류처럼 돌아온다고 했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보이지도 않은 길 끝에서 울었다. 혼자 먹은 저녁만큼 쓸쓸한 밤 내내 나는 망해가는 늙은 별에서 얼어붙은 구두끈을 묶고 있었다. 부탄가스 하나로 네 시간을 버티어야 해. 되도록 불꽃을 작게 하는 것이 좋아. 어리석게도 빗속을 걸어 들어갔던 밤. 잠결을 걸어와서 가래침을 뱉으면 피가 섞여 나왔다. 어젯밤 통화는 너무 길었고, 안타까운 울음만 기억에 남았고, 나는 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알고 계세요 하나도 남김없이 떠나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지대의 나무들을 또 얼마나 흔들리는지. 내 사랑은 언제나 급류처럼 돌아온다고 했다. 허연 / 내 사랑은 언제나 급류처럼 돌아온다고 했다 (허연, 불온한 검은 피,..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