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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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안녕 그러나 천사는
양안다 / 안녕 그러나 천사는 언젠가 인간은 천사였던 적이 있지 않을까. 너의 날개 뼈를 만지면서. 폭약이 누군가의 마음을 뒤흔드는 새벽. 너는 붓을 적시며 말한다. 악마도, 이 세상의 조류도 모두 날개 뼈를 갖고 있다고. 종이가 되길 원한 나무는 너로 인해 하나의 그림이 되어가는 중인데. 어느 신화에 따르면 태양과 달을 신의 눈동자라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짐승의 두 눈일지도. 전생에 우리는 꽃이었을지도 몰라. 나는 너의 머리칼을 쓸어 모으면서. 아니. 나는 물이었을 거야. 물을 만질 때마다 불안이 전부 씻겨 내려가거든. 폭약이 우리 불안을 뒤흔드는 새벽. 네가 그린 꽃은 호수에서 목을 적시고 있었다. 짐승의 등 위로 나뭇잎이 돋아나고. 인간은 누군가를 ..
2020.11.29 -
석민재 / 세계는 나중에 구하고
석민재 / 세계는 나중에 구하고 날씨도 그렇고 뒷문으로 데려온 사람도 마음에 안 들고 살인도 안 일어나는 시시하고 슬픈 가족드라마는 총소리가 귀에 박힌 사람과 함께 보고 밤마다 기도처럼 들려주는 군대 이야기와 모아 고치고 더할 것도 없는 학교에서 혼자 남은 아이의 말과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수입과 지출 쉬, 쉬하면 자동으로 나오는 오줌처럼 동화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한 방도 없는 날 우리는 보수적이어서 아직도 이름을 모르고 순간순간 맞닿은 발은 서로의 불안을 확인하는 위로의 말 기분도 그렇고 총도 마음에 안 들고 읽어 오라고 한 책은 산더미인데 시도 때도 없이 켜지는 스프링클러는 옆집 아저씨가 잘 고치고 그래도 스카우트의 명예를 걸고 커피를 들고 석민재 / 세..
2020.11.10 -
이성미 / 청춘
이성미 / 청춘 파란 단풍 파란 은행 그늘에 앉아 불안한 잡담 차례를 기다리는 뜯지 않은 시멘트 포대처럼 땡볕 아래에는 상한 물고기들 이성미 / 청춘 (이성미,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문학과지성사, 2005)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13 -
이성미 / 불안
이성미 / 불안 삼나무 숲처럼 쑥쑥 자라난다 빙산 위에 떠 있는 집 날 보고 애인이 웃네 초록색 얇고 아름다운 유리병 이성미 / 불안 (이성미,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문학과지성사, 2005)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13 -
유희경 / 숲
유희경 / 숲 그 자리에서 그 남자가 적고 있는 것이 어떻게 그리 파랗기만 한 것인지 먼지 같은 기억 떠올라 좀체 가라앉지 않습니다 그는 왼손으로 방향이 없는 이마를 감싸고 계절과 계절을 견디고 있어요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을 테지만 그보다 불안한 각도를 본 적이 없어 시름에 덮여가는 중입니다 그렇게 불안은 태어나고 숲처럼 가만가만 상처를 핥는 것입니다 유희경 / 숲 (유희경, 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아침달, 2017)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