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재 / 세계는 나중에 구하고
2020. 11. 10. 12:17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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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재 / 세계는 나중에 구하고
날씨도 그렇고
뒷문으로 데려온 사람도 마음에 안 들고
살인도 안 일어나는
시시하고 슬픈 가족드라마는
총소리가 귀에 박힌 사람과 함께 보고
밤마다 기도처럼 들려주는 군대 이야기와
모아 고치고 더할 것도 없는
학교에서 혼자 남은 아이의 말과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수입과 지출
쉬, 쉬하면
자동으로 나오는 오줌처럼
동화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한 방도 없는 날
우리는 보수적이어서 아직도 이름을 모르고
순간순간
맞닿은 발은 서로의 불안을 확인하는 위로의 말
기분도 그렇고
총도 마음에 안 들고
읽어 오라고 한 책은 산더미인데
시도 때도 없이 켜지는 스프링클러는
옆집 아저씨가 잘 고치고
그래도
스카우트의 명예를 걸고 커피를 들고
석민재 / 세계는 나중에 구하고
(석민재,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 파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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