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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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한 해에는 천 마리 이상의 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다
황인찬 / 한 해에는 천 마리 이상의 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다 방금 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었다 간단한 평일의 오후에는 그런 일도 생긴다 초인종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다 문밖에 있는 것은 나의 어머니였다 제대로 된 것을 먹고 살아야지 어머니는 닭볶음탕을 건네주셨다 이것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차려 주신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했다 앞으로는 교회에 좀 나오라고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파리냉채는 시고 매워서 먹기가 불편하였다 어머니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가 또 한 마리 창문에 부딪혀 죽어 있었다 황인찬 / 한 해에는 천 마리 이상의 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다 (황인찬,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https://www.instagram.com/donk..
2020.05.07 -
홍일표 / 저녁의 표정
홍일표 / 저녁의 표정 아직 끝나지 않은 어제의 노래 둥글게 뭉친 눈덩이를 허공의 감정이라고 말할 때 돌멩이 같은 내일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 깊게 파인 공중에서 밤이 태어나고 눈덩이의 부피만큼 훌쭉해진 허공은 너무 질겨서 삼킨 사람이 없다 바삭거리던 나뭇잎이 공중에 몸을 밀어넣을 때 저기 새가 날아가네 서쪽으로 기운 나무는 그것을 천 개의 손가락을 가진 바람의 연민이라고 말한다 바람이 남긴 죽은 새들과 함께 수런수런 모여드는 저녁 남은 허공을 쥐어짜면 새들의 울음이 주르르 흘러내리기도 하는 여기는 바닥에 노래가 새겨지지 않은 곳 표정 없이 자전거 바퀴살에 감겨 헛도는 하늘처럼 홍일표 / 저녁의 표정 (홍일표, 매혹의 지도, 문예중앙, 2012) https://www.instag..
202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