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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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 이마
신미나 / 이마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 마음이라면 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 요를 덮고 한 사흘만 조용히 앓다가 밥물이 알맞나 손등으로 물금을 재러 일어나서 부엌으로 신미나 / 이마 (신미나, 싱고, 라고 불렀다, 창비, 2014)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05 -
강성은 / 여름 한때
강성은 / 여름 한때 젊고 아름다운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내 부모였다 나는 그것이 극 중이라는 걸 알았고 밝고 활기차 보이는 아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리다가 내 손톱에 찔려 화가 난 것을 보았다 극이 중단될까 두려워진 나는 사과하고 또 빌었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고 싶었지만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눈치만 보았다 그들과 나는 소풍을 갔는데 햇빛이 눈부셨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극 중이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고 애써 웃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극은 계속 진행되었다 강성은 / 여름 한때 (강성은,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7.18 -
이소호 / 밤섬
이소호 / 밤섬 물어뜯긴 손톱이 비로소 마음을 들켰다 빗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우산에서 쫒겨난 어깨처럼 젖어 있었다 이소호 / 밤섬 (이소호, 캣콜링, 민음사,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7.03 -
이혜미 / 카오스모스
이혜미 / 카오스모스 건기의 끝자락에서 목마른 손톱이 서걱거렸다 열두 개의 주관적인 매듭으로 아침을 엮고 동그란 표정의 소년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서정적으로 월경일만을 기다렸다 그늘이 한 뼘씩 위태롭게 쌓여갔고 암순응보다 어려운 것은 완벽한 손나팔을 만들어 저 멀리 날개를 터는 새들을 부르는 일 나무딸기가 침묵하는 대신 민소매 소녀들의 입속이 더 붉어졌다 가여운 소년들 동산을 잃어버린 소녀들은 구름을 찢어 신고 걸음을 아껴 걸었으나 서로가 쓴 손가락 권총을 맞고 줄지어 쓰러져갔다 번식에 대한 묘사는 모두 봉인되었다 바람개비만이 남아 폭풍을 다급히 의역하는 시간 무너진 동산에서 도돌이표들이 일제히 창궐하기 시작했다 이혜미 / 카오스모스 (이혜미, 보라의 바깥, 창비, 2011) ht..
202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