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 / 여름 한때
2020. 7. 18. 19:29ㆍ同僚愛/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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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 여름 한때
젊고 아름다운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내 부모였다
나는 그것이 극 중이라는 걸 알았고
밝고 활기차 보이는 아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리다가
내 손톱에 찔려 화가 난 것을 보았다
극이 중단될까 두려워진 나는 사과하고 또 빌었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고 싶었지만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눈치만 보았다
그들과 나는 소풍을 갔는데 햇빛이 눈부셨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극 중이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고
애써 웃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극은 계속 진행되었다
강성은 / 여름 한때
(강성은,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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