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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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 다른 전망대
김행숙 / 다른 전망대 저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를 전망대라고 생각해봅시다.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 앉은 까마귀를 다른 전망대라고 생각해봅시다. 당신의 나뭇가지가 부러지면, 당신의 전망대가 무너졌다고 탄식하기로 합시다. 한 그루 나무가 뿌리째 뽑히면, 얼마나 많은 눈동자들이 한꺼번에 눈을 감았는지 온 세상이 다 캄캄해졌습니다. 숲이 불타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처럼 활활 타고 있습니다. 불이라면, 불의 군주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불빛에 도취한 연인의 독백이 독재자의 것처럼 느껴져 나의 사랑이 무서워졌습니다. 김행숙 / 다른 전망대 (김행숙, 1914년, 현대문학,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1.05 -
최백규 / 열대야
최백규 / 열대야 사랑이 사랑도 아닐 때까지 사랑을 한다 네가 물들인 내 밤이 너무 많다 전국적으로 별일 없이 해거름이 옮아가고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야경을 바라본다 내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행복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울겠지 지난 주말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외지의 동물원으로 소풍을 갔다 가만히 쓰러진 기린을 구경했다 최백규 / 열대야 (창작동인 뿔,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아침달, 2019)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