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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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우 / 이루지 못한 것들
유이우 / 이루지 못한 것들 오후를 타고 쿠션은 떨어져내린다 너는 화가가 되었구나 너는 화가를 포기했구나 꿈이 널브러진 햇빛 퍼져 사라지는 빛 좋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완전히 다른 좋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유이우 / 이루지 못한 것들 (유이우, 내가 정말이라면, 창비, 2019)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2.27 -
김이강 / 호숫가 호수 공원
김이강 / 호숫가 호수 공원 죽은 나무 이파리들이 굴러다니는 호숫가를 지나면 식당이 있다고 했다 모자를 쓴 그와 내가 만나 손을 잡고 걷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왜 모자를 썼어? 그냥. 그냥? 아니. 자꾸 머리칼이 어디로 사라지잖아. 나는 그의 손을 만져본다 우리는 손가락들이 겹겹이 늘어나 자라는 것 같다 걸어도 호수는 보이지 않지만 여기는 호숫가 호수 공원 여길 지나면 식당이 있는 거지? 응. 울타리를 둘러 가면 천천히 보인댔어. 우린 천천히 손잡고 천천히 걷는다 여기 어쩐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내가 어깨를 움츠리자 그도 어깰 올린다 햇살이 털실뭉치처럼 굴러다니는 구역으로 접어들었다 그의 얇은 몸이 이파리처럼 걷고 있는데 머리카락이나 바람이나 깃털..
2020.05.02 -
고영민 / 반음계
고영민 / 반음계 새소리가 높다 당신이 그리운 오후, 꾸다 만 꿈처럼 홀로 남겨진 오후가 아득하다 잊는 것도 사랑일까 잡은 두뼘 가물치를 돌려보낸다 당신이 구름이 되었다는 소식 몇 짐이나 될까 물비린내 나는 저 구름의 눈시울은 바람을 타고 오는 수동밭 끝물 참외 향기가 안쓰럽다 하늘에서 우수수 새가 떨어진다 저녁이 온다 울어야겠다 고영민 / 반음계 (고영민, 사슴공원에서, 창비, 2012)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