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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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유 / 결혼식
임승유 / 결혼식 버스에서 내려 이정표를 따라갔어. 나는 저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은 방향인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어디 가고 없더라고. 이제부터 정신 차려야 할 때 나 누구한테 말하고 있는 거니. 나무를 보다가 나무가 멈춘 걸 알았다. 그래도 너한테 말하고 있어. 나무가 다시 갈 때는 간격이 있고 나는 무사히 도착했다. 딴 데 간 줄 알았던 사람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더라고. 이제 너를 찾기만 하면 돼.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인사를 하고 돌아다니다가 끝나버렸다. 우린 잘 지냈으면 좋겠다. 임승유 / 결혼식 (임승유,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문학과지성사, 2020)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2.29 -
이혜미 / 근린
이혜미 / 근린 곧 만나 어둑한 공원 냄새가 났다 서성이다 희미해지는 마음 너무 가까워 닿지 못하는 공원의 발자국들 다정한 이웃들은 일요일 속에 있고 희박해지는 인사들은 어긋난 체온을 지니는데 우리는 무엇을 가졌나 무엇에 녹아내렸나 그건 왼쪽을 찢고 나온 말 곧 만나 곧 만나 나무가 색색의 손인사들을 맞추어 낯익은 단어를 완성하는 공원에서 약속을 생각하면 입술이 녹아내린다 평생 모아둔 라일락을 탕진한 늦봄처럼 이혜미 / 근린 (이혜미, 뜻밖의 바닐라, 문학과지성사, 2016)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