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 근린

2020. 11. 28. 00:31同僚愛/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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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 근린

 

 

 

곧 만나

어둑한 공원 냄새가 났다

서성이다 희미해지는 마음

너무 가까워 닿지 못하는

공원의 발자국들

다정한 이웃들은 일요일 속에 있고

희박해지는 인사들은

어긋난 체온을 지니는데

우리는 무엇을 가졌나 무엇에 녹아내렸나

그건 왼쪽을 찢고 나온 말

곧 만나 곧 만나

나무가 색색의 손인사들을 맞추어

낯익은 단어를 완성하는 공원에서

약속을 생각하면 입술이 녹아내린다

평생 모아둔 라일락을 탕진한 늦봄처럼

 

 

 

이혜미 / 근린

(이혜미, 뜻밖의 바닐라, 문학과지성사, 2016)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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