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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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 「로스빙」
당시 우리집은 살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걷기엔 멀고 자전거를 타기엔 알맞은 거리로 나는 매일 저녁 자전거를 타고 살구 킬로미터를 달려갔다. 로스빙은 자전거의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달리면서 해가 지는 저녁을 돌아나와 함께 집으로 오곤 했다. 로스빙은 꿈에서 온 개였다. 그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로스빙은 베개맡에 앞발을 세우고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현관에 등롱을 걸어 문간을 밝히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중이었다. 아버지가 도착했을 때 어떠세요 아버지 마음에 드세요 하고 물었다. 아버지는 등롱이 아니었으면 못 찾았을 거라고 했다. 그러고는 더 말이 없었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작별하고 싶었다. 달리 올 사람도 ..
2022.01.20 -
조해주 「아는 사람」
다른 사람은 지루하다고 말하는 영화를 나는 좋아해, 그렇게 말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다른 사람보다도 더 먼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아는 사람은 등 뒤에서 갑자기 나를 놀라게 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은 갑자기 해변이 되기도 하고 나는 아아, 하고 길게 아주 길게 눈앞에 서 있는 사람과 마주 선다 점심을 먹는 장면 속의 식당 주인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그 사람은 나의 선생님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음악이었을까 아니면 국어였을까 닮은 사람이라는 건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야 영화 속에서 나는 유창한 스페인어로 음식을 주문하면서 비로소 돌아왔어요,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걸로 되겠니?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은 잘 웃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은 조금씩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나는 좀처럼 영화에..
2021.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