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0. 17:28ㆍ同僚愛/유진목
당시 우리집은 살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걷기엔 멀고 자전거를 타기엔 알맞은 거리로 나는 매일 저녁 자전거를 타고 살구 킬로미터를 달려갔다.
로스빙은 자전거의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달리면서 해가 지는 저녁을 돌아나와 함께 집으로 오곤 했다.
로스빙은 꿈에서 온 개였다. 그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로스빙은 베개맡에 앞발을 세우고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현관에 등롱을 걸어 문간을 밝히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중이었다.
아버지가 도착했을 때 어떠세요 아버지 마음에 드세요 하고 물었다. 아버지는 등롱이 아니었으면 못 찾았을 거라고 했다. 그러고는 더 말이 없었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작별하고 싶었다. 달리 올 사람도 없고 그러는 편이 아버지에게도 좋았다.
문밖에 개가 있기에 아버지의 개냐고 물었다. 아니다. 아무리 쫓아도 따라오더구나. 나는 현관에 나가 집에 들어올 것인지 물었다. 로스빙. 개는 자신의 이름이 로스빙이라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다.
아버지는 며칠을 머무르고 집을 나섰다. 그 사이에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거나 수첩에 적힌 전화번호를 찾거나 볼펜으로 글자를 적고 밑줄을 그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도 되었는데 그럴 때면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아버지 말고는 내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담장의 등롱을 내려 다시는 아버지가 찾아오지 못하게 했다.
아버지가 살아 있었을 때 얼마나 곤란했는지 모르죠. 아버지가 없는데 아버지가 살아 있는 것이요.
아버지의 무덤은 작고 눈여겨보지 않으면 무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로스빙은 낮은 봉분에 턱을 괴고 나를 기다렸다.
아버지가 있는 삶은 어떤 삶일까 궁금해요.
우리는 매일 살구 킬로미터를 달려서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고 나면 로스빙은 현관으로 가서 밤새도록 가만히 있었다.
아버지가 어디서 살았는지 너는 아니?
문을 열면 로스빙이 떠날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유진목, 작가의 탄생, 민음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