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식 / 선거 유세장에서

2020. 4. 17. 14:29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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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 / 선거 유세장에서

사람은 어디 가고

잘 먹고 잘 입고 잘사는 것만이

민주주의가 되어 있다.

유령에 홀렸는가.

일백만이 살지 않는 도시에

일백만 이상의 인파가 모인다.

상상은 상식이 아니다

현실은 상상을 초월하여

기적을 낳는다.

피켓에, 풍선에 그려진

유령들의 모습이 뚜렷하다

부적처럼 들고 흔들며

신명이 나서

굿풀이도 한다.

정오에 나는 내 돈으로

소주 한잔을 사먹었다.

마치 하느님 같은 선심 속에서

나는 억울했다.

인생은 유령들의 잔치인가

떠드는 자의 말의 성찬이

듣는 자보다 더 무책임하다

떠들고 나면

대학 강단에서의 내 시론처럼

괴로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지지자와 함께

자폭하려 한다.

가까울수록 거리를 두고

사랑해야 한다.

 

 

 

강우식 / 선거 유세장에서

(강우식, 어머니의 물감상자, 창장과비평사, 1995)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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