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영 / 열흘나비
2020. 4. 10. 15:23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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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영 / 열흘나비
너는 나비처럼 웃는다. 웃는 입가가 나비의 날갯짓 같다. 열흘쯤 웃다보면 어느 생에서 어느 생으로 가는 지 잊어버린다. 너를 반경으로 빙빙 도는 사랑처럼 나비는 날 수 있는 신성을 갖고 있다. 아무도 찾지 못할 산속으로 날아가는 나비를 본 적이 있다. 죽음을 보이기 싫어하는 습관 때문이다.
너는 나비처럼 운다. 여름 끝자락에서 열흘을 다 산 것이다. 나는 너를 보기 위하여 산으로 가는데 가을이 먼저 오고 있다. 너에게 생은 채우지 못하여도 열흘, 훌쩍 넘겨도 열흘이다.
한 번 본 너를 붙잡기 위하여 나는 찰나를 산다. 열망을 향해 날아가는 너를 잡을 수 있는 날이 열흘뿐이나 나는 그 시간 밖에 있다.
문정영 / 열흘나비
(문정영, 그만큼, 시산맥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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