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 너는 없고 네 분위기만 남았어
2020. 5. 22. 00:48ㆍ同僚愛/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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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 너는 없고 네 분위기만 남았어
너는 없고 네 분위기만 남았어
둘이었던 골방에선
늘 오래된 알약 냄새가 나
2인용 빨간 소파에 달라붙어 앉아
수플레를 먹고, 에이드도 마셨지
우리의 혈액은 아직 따뜻했고,
새벽달이 뜨는 날이면
서로의 몸에 오줌을 누는 것으로 영역을 확인했어
아, 얼마나 로맨틱한지 몰라
너는 없고 네 분위기만 남았어
침대는 좁고, 가진 건 5달러뿐이었지만
아무렇게나 뒹굴고 혀를 섞었지
브룩클린으로 떠나는 표를 끊던 날
너는 제일 야한 팬티를 챙기며
이걸 입고 반하지 않는다면 그건 무효야,
끼죽끼죽 웃었고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걸 예감하듯
우리는 우리만의 건기를 견뎠으나,
마침내 네 분위기만 남았어
네 눈물은 짜지 않았고,
총천연색으로 빛났고……
기억할 수 있는 건 다 하찮지 않아
네게서 무용한 것은 하나도 없었어
네 분위기마저도
김하늘 / 너는 없고 네 분위기만 남았어
(김하늘, 샴토마토, 파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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