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 / 샤워
2020. 7. 29. 00:12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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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 / 샤워
열대식물을 생각했다.
당신은 마음에 손잡이가 달려 있다고 했다. 당신이 아름다워 보였지만 내가 아름다워지는 건 아니었다.
털이 북슬북슬한 몸으로 마음까지 걸어 들어갈 궁리를 하다 보면 사막과 친해졌다.
짐승이란 말을 들었다. 나는 손잡이가 몸에 달려 있었고 사막여우 같은 당신의 마음이 걸어 다니기엔 더없이 좋아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사는 게 말이 아니었다. 벌레잡이통풀, 끈끈이주걱, 파리지옥…… 사랑은 어디에 달려 있던 손잡이일까, 하고 궁금해졌다.
당신의 울음에 기여한 문장들로 샤워를 하면서 열대식물을 생각했다.
아무래도 당신을 너무 착하게 살았다. 나는
꽤나 괜찮은 짐승이고 그래서
쫓겨난다고 생각했다.
김륭 / 샤워
(김륭, 원숭이의 원숭이, 문학수첩,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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