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 이국적 감정
2020. 12. 2. 11:16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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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 이국적 감정
자고 났더니
눈에 쌍까풀이 생겼다
자, 누구한테 고백해야 할까
너는 섣불리 국경을 넘어 내 품에 파고든다
키스하기 싫은데
너의 입에 어떤 색깔의 재갈을 물릴 것인가
척골처럼
부서져버릴까 꽃병처럼
깨져버릴까 너와 나의 의견처럼 산산이 조각나
다시는 붙지 못해버릴까
너무 익은 토마토처럼 금이 가버렸는데,
결승점 금은 대체 어디에 그어졌는가
나는 불쌍한 표정을 짓고
버전을 달리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15페니를 쥔 소년과 300원을 쥔 소녀 중
누가 더 불쌍합니까
우리는 서로 다른 쪽에 표를 던진다
TV 속에서는 총격적인 한창인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덮밥을 퍼먹는 게 가능합니까
나는 숟가락을 놓고
재갈을 문 너의 입은 게걸스럽다
선생님, 쟤와 제 짝꿍을 바꿔도 되겠습니까
역사 시간이 끝나면 제 국적을 포기해도 되겠습니까
미술 시간만큼은 제 감정에 충실해도 되겠습니까
선생님은 먼저 세상을 뜨고
너는 샤프심을 새로이 장전한다
수업이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겁니까,
아니면 나 혼자 외따로 펼쳐지는 겁니까
나는 잊고 또 묻는다
묻고 금세 또 잊는다
다른 물음이 급부상할 때까지
나는 외까풀을 덮고 잠에 빠져든다
자고 일어나도
이 땅에서
매력이 있겠습니까, 나는, 털끝만큼이라도
오은 / 이국적 감정
(오은,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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