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규 / 저녁 뉴스
2020. 12. 2. 11:43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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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 / 저녁 뉴스
해변에 벗어놓은 옷들처럼 하루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공중에 뜬 볼
배트를 든 채 홈베이스를 떠나지 못하는 타자
아직은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
이 정도에서 그만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네 생각 때문에
거질 바닥에 있던 리모콘을 밟아 박살내고
단추를 잘못 끼우고 엉뚱한 버스를 탄다
손끝까지 타들어온 담배에 손을 데고
신호등 앞에서 무심코 비닐봉지를 떨어뜨린다
야구공이 시야에 나타날 때까지
고개를 꺾고 공중을 바라보는 외야수
야구공을 삼킨 구름
저녁 뉴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그림자가 길어지다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네 눈 속에는 대관람차가 천천히 돌아가고
흘러내린 앞머리를 무심코 올려주려다
빈 물컵을 입으로 가져간다
마지막 구원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야구화 끝으로 땅을 다지고
허리 뒤로 손을 돌려
손가락 끝으로 야구공을 돌리며 실밥을 만지작거린다
우리는 의자를 뒤로 빼고 천천히 일어서서
서로 반대쪽 손을 들고 인사를 했다
우리는 다른 해변에 도착해 있었다
신철규 / 저녁 뉴스
(신철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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