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낮은 곳으로」

2021. 1. 26. 21:36同僚愛

728x90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from Anastasia Taioglou

 

 

 


 

 

 

이정하,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문이당,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