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영 「모잠비크 드릴」

2021. 3. 15. 16:34同僚愛/김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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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다

그것들은 애완 먼지였으므로 모두에게 이름을 지어 줘야 했다 그것들은 서로 너무 닮았고 작았다 신이라는 것은 어쩌면,

거짓과 진실을 섞어 진실한 거짓말을 만들었다

천사의 뒤편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고 있다

그림자가 있겠지 그래

독실한 신성모독자인 그는 매 순간 신을 욕보였지만 기록에 남는 불경이 필요해서 문장을 지었다

신이 잠들었을 때 그의 안구가 보고 있던 것은

우주 속을 떠도는 찻주전자 하나

아름다운 일인용 지옥

없다,가 있다 있다,가 없다 평범한 일은 이상하다

이상한 일이 평범하다 믿음은 참 안온하지

신이 있다면

신이 없다면

신을 믿는 사람이 주는 마음은 꼭 잔반 같았는데 그는 싫어하지 않았다 시 같은 걸 쓴다고 믿는 김건영은 잔반을 받아먹고도 살이 쪘다

사방에 공기가 가득 차 있다 어디에나 신이 있다니 믿어지느냐고 믿음이 강한 사람들이 듣는다면 불편하겠지 믿음이 강한 자들은 믿음을 자랑한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앞에서 성호를 긋는다

가슴에 두 발 이마에 한 발 참 안온하다

테트리스 게임처럼 완전히 채워진 것은 사라진다

한 은총이 다른 사람의 은총을 천천히 거둬 간다 역순으로 단단한 믿음이 총알처럼

나는 아직 한 번도 죽어 본 사람을 못 만났다

아침마다 알약 세 개를 세게 삼키고

나서 묻는다 이게 총알이었나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대체 어디서 옵니까

우산을 숭배하는 비가 있다 누군가 우산을 펼쳤기 때문에 비가 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더러 울고 더러울 테니 너희들은 비를 맞으라

내가 연습하던 죽음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다 언젠가 신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수 있다면

* 우주 속을 떠도는 찻주전자: 러셀의 찻주전자.

 

 

 

from Clay Banks

 

 

 


 

 

 

김건영, 파이, 파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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