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 「사월 비」

2021. 8. 19. 15:00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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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듬거나

모으지 않아도 괜찮아

샌드위치를 반으로 자르고

빠져나온 아보카도를 줍고

들기

남김없이 먹기

손에서 손 아닌 걸 빼 보세요

무엇이 남는지

무엇이 가는지 무엇이 소리치는지 보고

그래도 두세요

그러니까 궁금해하지도 따뜻해지지도

움켜쥐지도 않기

세계는 이미 한 번 죽은 재료들

열렬하게 포기해

상한 냄새를 좋아해요

전등의 것도 식탁의 것도 아닌 그림자가

손바닥에 떠 있다

의지 없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오늘은 우산을 들고 좋아하는 샌드위치 가게에 갈 거야

우산을 접고 안으로 들어갈 거야

이마에 떨어진 빗방울만 믿고

비가 오는구나

작게 뱉어 볼 것

떨지 않아도 좋지만

떨어도 좋다

from Erik Witsoe

 

 

 


 

 

 

김연덕, 재와 사랑의 미래, 민음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