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실 / Midnight in Seoul
2020. 7. 12. 23:22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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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실 / Midnight in Seoul
도시의 틈새에서
어둠이 새어나온다
홍등이 걸린다
모텔 네온사인이 켜지고
묘지에 돋는 붉은 십자가들
라디오에선
이퓨렛미인 유네버로스트미
내부순환로 양방향정체
방음벽 너머로 골리앗 크레인
도시를 굽어본다
피가 튄 곳마다 거인들이
태어난다고 하지
저 환한 통증들 좀 봐
오그라드는 몸 위로 술잔이 건너가고
구운 살의 냄새 가득한
성수 방면 마지막 전철
가방을 끌어안고 입을 벌린 채
기울어진 사내가
깨달음처럼 튀어나간다
가방을 끌어안고 두리번거리는
등뒤로 스크린 도어가 매끄럽게 닫힌다
철새들은 한쪽 눈을 뜨고 잔대
감지 않는 거겠지
기린처럼 아름다운 동물이
서서 자야 하다니
이상해 벌레들이 자꾸
집에 들어와서 죽어
오늘도 내 팔을 내가 베고
쥐며느리처럼 등을 말고 잠이 들면
이상해 올라가고 있는데
추락하고 있어 이 꿈은
허은실 / Midnight in Seoul
(허은실, 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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