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양 / 창세기

2020. 7. 16. 18:47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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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양 / 창세기

서리가 어린 창은 사람의 얼굴 같다. 매일 들여다보아도 하얗게 질려 있다. 갈라진 곳으로 호흡을 나눈다. 나의 얼굴도 희어진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아이가 도로를 지나간다. 혼자. 사라진 자리가 희다.

너무 많은 길이 다른 길을 찌르고 있어. 생채기에서 빠져 나온 것 같아. 아무렇게나 흘러. 일기예보에 나온 적 없는 날씨를 모두가 아는 것처럼.

혼자 걷는 사람들이 자꾸만 서로 부딪친다. 여태 이상한 줄 몰랐다. 숨이 자욱하다. 여기에 없는 걸까. 추위가 되어 모르는 사람을 안아주고 있는 걸까.

눈을 감으면

천국은 하렘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데도

한 사람을 위해서만 있는 것 같은.

빠져나간 모두는 어디로 가고 있지? 보이지 않을 만큼 하얗고. 멀고. 손을 뻗어 만져보면 벌벌 떨고 있다.

 

 

장수양 / 창세기

(고은강 외,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문학동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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