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욱 / 전염병
2020. 8. 1. 14:15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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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 전염병
그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어 했다.
꿈속에서 죽은 쥐가
지금 어디에서 썩고 있는지 아니.
나로부터
썩 물러난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그는
나의 눈에 달라붙어 있었다.
끈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침이 가득 고인 입으로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독을 먹은 게 내가 아니라면
그런 게 아니라면
말로 할 수 없는 이런 슬픈 사연이란
무엇일까. 정녕.
나에게 있는
그 아니면 쥐.
열이 있는
그 아니면 쥐.
체온을 유지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신해욱 / 전염병
(신해욱, syzygy, 문학과지성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