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 / 웨하스
2020. 8. 5. 21:30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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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 / 웨하스
애인이 비밀번호를 바꾼 후부터 나는 웨하스를 먹어요
이유를 말할 수 없어야 슬픔이구요
타인이라는 말을 그럴듯하게 써먹어서 시인이 됐죠 타인과 귤나무 이런 시도 썼는데요 타인과 타자를 설명할 수는 없어서 연애도 평론도 못 하지만
고마워요
나는 과자처럼 예뻐요
그리고 당신을 설명합니다 당신도 나처럼 관념적인 사람이라면 이별한 후에 우는 당신은 타인입니다 울고 나서 이별하는 당신은 타자입니다
타살인가요
괜찮아요 나는 내 집에 살아요 타인은 타인의 집에 살고요 그것이 문득 슬픈 날 있듯이
조금 전에 나는 애인의 방에서 웨하스를 먹고 있었죠
웨하스를 만드는 사람은 누굴까
예쁜 사람일 거야 연애도 잘 하고 하모니카도 잘 불 거야 하모니카를 불고 나면 쓸쓸해져서 애인을 바꿀 거야 충분히 내가 그 애인인 것 같아
웨하스를 먹으며 울었죠 이유를 말할 수 없어야 애인이구요
모두 웨하스 씹는 소리나구요
여성민 / 웨하스
(편집부, 계간 미래시학 봄호, 미래시학,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