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 / 웨하스

2020. 8. 5. 21:30同僚愛

728x90


여성민 / 웨하스

애인이 비밀번호를 바꾼 후부터 나는 웨하스를 먹어요

이유를 말할 수 없어야 슬픔이구요

타인이라는 말을 그럴듯하게 써먹어서 시인이 됐죠 타인과 귤나무 이런 시도 썼는데요 타인과 타자를 설명할 수는 없어서 연애도 평론도 못 하지만

고마워요

나는 과자처럼 예뻐요

그리고 당신을 설명합니다 당신도 나처럼 관념적인 사람이라면 이별한 후에 우는 당신은 타인입니다 울고 나서 이별하는 당신은 타자입니다

타살인가요

괜찮아요 나는 내 집에 살아요 타인은 타인의 집에 살고요 그것이 문득 슬픈 날 있듯이

조금 전에 나는 애인의 방에서 웨하스를 먹고 있었죠

웨하스를 만드는 사람은 누굴까

예쁜 사람일 거야 연애도 잘 하고 하모니카도 잘 불 거야 하모니카를 불고 나면 쓸쓸해져서 애인을 바꿀 거야 충분히 내가 그 애인인 것 같아

웨하스를 먹으며 울었죠 이유를 말할 수 없어야 애인이구요

모두 웨하스 씹는 소리나구요

 

 

 

여성민 / 웨하스

(편집부, 계간 미래시학 봄호, 미래시학, 2017)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同僚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진 / 계절감  (1) 2020.08.06
신미나 / 이마  (0) 2020.08.05
신해욱 / 전염병  (1) 2020.08.01
김성규 / 절망  (1) 2020.07.31
손미 / 도플갱어  (1) 2020.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