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임 / 감기
2020. 8. 18. 10:03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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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임 / 감기
바다가 검게 탄 늑골을 휘며
울고 있다
물로 목을 헹구고
맨발에 모래를 묻히며 숲으로 걸어간다
한쪽 속눈썹이 젖은 소나무들이
검록색으로 기울어 있다
한 대 맞은 거니, 너도
가지마다 말갛게 앉은 바람의 발뒤꿈치를 만지자
핏줄을 따라 파랗게 도드라지는
신열의 뿌리
밤마다 벌떡 일어나 앉는
잠의 가슴골에 흥건한
식은땀
가릉가릉 가슴께에 끓는
파도가 하얗게 몰려오고 사라지고
발가락에 젖은 모래들이 오한에 떨고
입이 비뚤어진 소나무들이
씹다 버린 연애처럼 바닥을 쓴다
모서리마다 뒤척거리며
잠시 흰 등을 보이다 어두워지는 히늘
혹으로 불거져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 쿨룩 감은 눈동자를 치며 날아간다
반 뼘 비린내가 마른 풍경을 왈칵 구겨 쥐는 밤
희끗희끗한 어둠을 내려다보며
발바닥을 턴다 툭, 툭
이용임 / 감기
(이용임, 안개주의보, 문학과지성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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