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임 /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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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임 /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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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검게 탄 늑골을 휘며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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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목을 헹구고

맨발에 모래를 묻히며 숲으로 걸어간다

한쪽 속눈썹이 젖은 소나무들이

검록색으로 기울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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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 맞은 거니,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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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다 말갛게 앉은 바람의 발뒤꿈치를 만지자

핏줄을 따라 파랗게 도드라지는

신열의 뿌리

밤마다 벌떡 일어나 앉는

잠의 가슴골에 흥건한

식은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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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릉가릉 가슴께에 끓는

파도가 하얗게 몰려오고 사라지고

발가락에 젖은 모래들이 오한에 떨고

입이 비뚤어진 소나무들이

씹다 버린 연애처럼 바닥을 쓴다

모서리마다 뒤척거리며

잠시 흰 등을 보이다 어두워지는 히늘

혹으로 불거져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 쿨룩 감은 눈동자를 치며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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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뼘 비린내가 마른 풍경을 왈칵 구겨 쥐는 밤

희끗희끗한 어둠을 내려다보며

발바닥을 턴다 툭, 툭

 

 

 

이용임 / 감기

(이용임, 안개주의보, 문학과지성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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