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4. 22:28ㆍ同僚愛/황인찬
황인찬 /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양산보는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었을 때, 세상의 뜻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소쇄원을 짓고 거기 은거하였다
소쇄원은 한국의 민간 정원 가운데 최고로 꼽히고 있다
(이상 소쇄원에서 핸드폰으로 소쇄원을 검색해본 결과)
아름다움 어렵네
정말 그렇네
오래된 건물이 서 있고 그 주변으로
작은 물이 흐르고
대나무 숲은 사시사철 푸르고 그런 것이
아름다움이라니
모르긴 몰라도
아는 사람은 다 알아보겠지
소쇄원에 우리가 함께 갔다면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몇 장 찍고
함께 찍기도 했을 것이다
꽃과 나무 같은 것도 몇 장 찍었다면, 그때 우리는 남는 것은 사진뿐이야 그런 말을 주워섬기며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지나고 보면 그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리라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게 이 시대의 아름다움이겠지
그런 생각도 했을 것이다
사진 속에 남아 고정되고 기억 속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이미지들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사랑하고 너무 좋다고 생각하며 너무 좋아하면서
언젠가 누군가와 남도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할 때 거기 정말 좋았어요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말하게 되는 그 순간에
아름다움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지
나는 너와 소쇄원의 오래된 건물 사이를 걸었을 것이다 나무에 매달린 꽃들에 렌즈를 가까이 들이밀며 소쇄원이 보이지 않는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
너무 작아서 오래 걸을 것도
오래 볼 것도 없는 곳에서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몇 장의 사진들 말고
기록된 사실 말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황인찬 /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황인찬, 이미지 사진, 현대문학,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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