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 내일의 요리
2020. 8. 23. 15:27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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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 내일의 요리
내일은 언제나 배가 고픕니다
식욕이 베이킹파우더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모레를 위해서라도
사방에 소금을 뿌려야 합니다
뒷맛이 씁니다
오늘은 밥을 먹습니다
마음이 글루텐처럼 죽죽 늘어납니다
피부에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너를 생각하느라
첫맛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어제는 쌀을 씻었습니다
신경을 쓰고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하나의 명사를 위해
너무 많은 동사들을 소모했습니다
편지를 쓰고 해가 기울었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양 볼에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너를 생각하느라
밥은 끓기도 전에
식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은 / 내일의 요리
(오은, 유에서 유, 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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