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 / 흰색 ― 우유니 사막
2020. 9. 23. 09:33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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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 / 흰색 ― 우유니 사막
그 사람들은 살아서 돌아갔어요
그때 흰색을 가지고 갔어요
한번 흰색을 본 사람은 다시 눈뜨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아득하다 아득하다 우물거리며
말문이 막히며
그렇게 처음이 되고 있었어요
우기의 소금 사막은 투명한 빙판이어서
그 위로 긴 잠을 쏟으며 여러 차례 돌아누우며
절연이라면, 하고 중얼거리기도 했어요
나는 누구인가
내가 아는 사람이던가,
흰
꽃잎들 무수히 깔리어
이건 말씀
이건 무한
모든 의미는 의미 없음으로 눈이 부시어 눈이 멀어
제 안의 비극이 아름답기도 하였겠지요
무슨 일이 있거나 어떤 마음이 들면 흰색을 기억해요
햇볕은 짜디짜고
우린, 참 시시했어요
이규리 / 흰색 ― 우유니 사막
(문학동네, 계간 문학동네 봄호, 문학동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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