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랑 / 카페인
2020. 9. 23. 09:43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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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랑 / 카페인
활성도가 높은 밤
내 머리를 떠난 생각들이 백야 속에 서성인다 엉킨 머리칼처럼 와글와글거린다 장막을 열어젖히고 배고픈 골목이 어둠을 할퀴며 걸어온다 그 순간 팜므파탈은 시작된다
한참동안 나는 그 골목에서 출출해진 허공의 귓속말을 깨문다
내안의 발톱들이 자리를 옮겨 다니며 생각의 반경을 넓힌다
어떤 뒷모습에선 낯선 남자의 끈적이는 등과 허리가 무너지기도 한다
눈을 감아도 도발적인 어둠은 어디론가 밀려가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잔재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곧 탄성을 얻을 것처럼 탱탱해질 것이다
통증처럼 백야는 아가리를 벌린다 노골적인 생각이 흩어진 감각들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몸속 가등 팽창되는 중력
발끝마다 서성이는 얼룩의 세계
프릴의 주름처럼 난해해지는 심장의 소란과
정수리에 흐르는 역류성의 감정
남자의 뒷모습을 세워놓고 불협이 증폭된다 지금은 파열의 시간 그리고 무성해지는 날 것의 시간, 내안에 자라는 파멸을 위해 손톱들이 활성화 되고 있다
최영랑 / 카페인
(편집부, 열린시학 봄호, 고요아침,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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