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재 / 못
2020. 11. 10. 12:29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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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재 / 못
머리에 박힌 못이 자주 빠져나왔다 싹수가 노란 못이 자꾸 튀어나왔다 못된 아이라고 아버지가 내 머리에 망치질을 했다 우리 집은 가위보다 망치가 더 빨리 닳았다
박힌 못을 뽑다가 두통이 오면 도로 박았다 두통이 심할수록 소리가 크게 났다 박힌 나보다 박은 아버지가 더 아파하는 것 같았지만 모른 척했다 납작한 못대가리로 거기까지 생각하는 건 무리
아버지의 손바닥에 박힌 못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 역시 모른 체했다 박을수록, 더 단단하게 박힐수록 서로 모른 체하기 편했다 아버지는 요즘도 못을 박는다
벽마다 주렁주렁 가족들이 걸려 있다 내가 방바닥에 툭 떨어지자 아버지가 망치를 들고 온다 나는 못 하나에 꼼짝 못 하는 척을 하고 아버지는 아직도 힘이 센 척을 한다
석민재 / 못
(석민재,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 파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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