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림 「언덕 없는 이별」
2021. 2. 24. 20:59ㆍ同僚愛/주하림
728x90
우리는 도서관 통로에서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어떤 영혼이 지나온 길고 무거운 한숨
죽음의 섬이라는 제목의 스위스 화가 그림이 걸려 있다
키스를 나눈 도서관 창문으로 벚나무 가지들이 들어왔고
마침 깨어난 개구리가 아무도 없는 밤의 연못을 헤맨다
우리는 그때까지 어떤 것으로도 다시 만날 수 있다
나는 그때 조용한 가축들의 울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의 마른 등 뒤로 십일 번 트랙을 들려주었고
너를 만났을 때 비로소 그 연주자의 긴 이름을 다 외울 수 있었다
그때 시간은 구소련 음악가들의 무대처럼 춥고 넘쳤지만
세상의 이목을 피해 천사가 연주하던 곡은
실은 신의 조롱으로라도 다시 만나고 싶었던 그대
연주가 끝나기 무섭게 나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화면 속에
너는 흑백으로 죽어간다 우리는 침묵을 깨는 입맞춤* 사라진다
* 오페라 「투란도트」 중에서.
2013 문장웹진 8월호
'同僚愛 > 주하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하림 「모티바숑*」 (1) | 2022.04.20 |
---|---|
주하림 「오로라 털모자」 (1) | 2021.02.24 |
주하림 / 아비뇽 시내에 있는 기차역(Gare d'Avignon Centre)에서 기차를 타고 어제는 비 오는 아를(Arles) 그리고 아라타에게 (1) | 2020.12.11 |
주하림 / 병동일지 902 (1) | 2020.12.11 |
주하림 / 반달 모양의 보지* (1) | 2020.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