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노랑은 새로운 검정이다」

2021. 2. 15. 09:46同僚愛/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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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대상으로 삼은 텍스트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발제자가 덧붙일 때, 아무도 웃지 못했다

모두 그것이 발제문의 일부인 줄로만 알았으므로

열차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생각했다 아름다운 것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 검은 머리의 나라에서 태어나,

백발이 될 때까지 써나 간 누군가를 연구한다는 것은……

열차는 서서히 선로를 벗어나고 있었다 차내의 사람들도 모두 검은 머리였고, 같은 나라의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어두운 것과 밝은 것이 번갈아 지나갔다

이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지루해졌다

열차는 이미 선로를 벗어나 있었는데, 창에 비치는 것은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남자 아이가 하나

그리고 또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게 대체 뭐였더라?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는 채로 나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열차는 완전히 선로를 벗어나 있었는데,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었다

 

 

from Jessi Pena

 

 

 


 

 

 

황인찬,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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