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빛」
2022. 4. 27. 23:45ㆍ同僚愛/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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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아름답다는 말이 되게 쉽게 나오더라
― 그게 나쁜 일인가
너는 화면을 보지 않은 채 대답을 한다
그쪽은 지금 봄이라고 했던 것 같다 창밖이라도 보고 있는 것이겠지 가득 핀 벚꽃이 바로 보이는 곳이라 했다 나는 실험동물이 새끼를 밴 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너는 그걸 듣고 아름답다고 했던 것이다
― 뭘 보고 있는 건데
― 아무것도
내 오른쪽으로는 남극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희거나 푸른 것만 가득해서 가끔은 이 모든 것이 꿈속의 장면 같다 너를 직접 만나 이야기한 지도 너무 오래되었다
― 돌아오면 우리 바다에 갈까?
― 여기가 물 반 얼음 반인데 무슨 바다야
우리는 이야기했다 식물원이나 미술관, 바닷가와 공원, 이미 가봤지만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에 대해, 다시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그러나 이야기는 언제나 이쯤에서 끊기고,
바깥으로는 영하 37도의 세계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을 본다 이미 아는 풍경이 펼쳐져 있을 뿐이고
― 그게 나쁜 일인가
― 아무것도
― 돌아오면 우리 바다에 갈까?
화면 속에서 너는 나 없이 혼자 말하고 있었다
그때 네가 보고 있던 것은 벚꽃이 맞았을까, 이제는 영원히 알 수 없었다
황인찬,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아시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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