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혁 「바람 종이를 찢는 너의 자세」
2021. 1. 29. 14:51ㆍ同僚愛
728x90
나는 기상청에 당신이 언제 그리울지 물어봤다가 이내 더 쓸쓸해졌다
즐거운 사람들이 많았는데 새벽엔 모두 사라졌다
도표를 그리거나 하며 곡예사나 갈대의 춤들을 창문에 가둬 두었다
급류에 휩쓸려 나부끼는 깃발처럼 우린 젖지 않고도 섬을 이해하지만
여린 눈들이 태풍의 눈이 되어 갈 땐 거울 대신 창고에 들어가 먼지를 가라앉힌 적막을 마주 봐야 했다
함부로 나부끼며 울어서도 안 됐다 창고를 두들기는 사람들에게 찾을 것이 있다고 말하고 창고 밖에서 잃어버린 것을 찾는 척해야 했다
한낮에도 나의 문장을 훔쳐 가는 바람과 반대로 걸으며
가여운 마을과 댐을 뜯고 날아간 하얀 염소들의 새끼들을 돌보며 늙고 싶었다
창문으론 쉽게 얼굴들이 비치지만 문을 열고 나면 전쟁뿐이었다
성동혁, 6, 민음사, 2014
'同僚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달자 「겨울 그 밤마다」 (1) | 2021.02.03 |
---|---|
김혜순 「박쥐」 (1) | 2021.01.30 |
이정하 「낮은 곳으로」 (1) | 2021.01.26 |
이상국 「어느 날 구글 검색을 하다가」 (1) | 2021.01.20 |
송종규 「아이스크림과 택배」 (1) | 2021.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