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리 「저녁의 대관람차」

2021. 2. 10. 22:20同僚愛/이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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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면

한 사람의 눈동자를 완성할 수 있을까

야경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도시의 불빛을 보러 온 것인지

도시가 어둠에 잠긴 풍경을 보러 온 것인지

자물쇠가 반짝였고

비밀이 풀리는 순간을 함께한다면

어떤 기억은 떠오르다가

투명한 바늘에 찔린 것처럼

순식간에 터진다

층계를 밟는다

미끄러운 바닥조차 없는

빛을 잡을 수도 없는

공중은 평평하고

약간 따뜻하다

아직 바다도 꼭대기는 아니다

스스로를 가두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

도달하려는 노력 없이

그런 기분만을 가지면 된다

이렇게 높이 올라와도

놀이터에서 비눗방울을 만드는 아이들이 보인다

머리카락에 벚꽃 잎이 붙은 줄도 모르고

비눗방울 속에 들어 있는 무지개를 잡으려고

폴짝 뛰어오르다가

잡을 수 없는 것을 잡기 위해

물을 더 채우고 입술을 모아 바람을 넣는다

이제 겨우 절반을 돌았는데

우리가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

세상을 한눈에 보는 연습을 해야 할 것만 같은데

나는 아무거나 붙잡고 몸을 둥글게 만다

천장에 매달리는 물방울처럼

꼭 터질 것처럼

이 한 바퀴를 무사히 다 돌면

우리가 각자 보았던 미래가 많이 닮아 있을까

이 공간이 흔들린다

 

 

 

from Aaron Burden

 

 

 


 

 

 

이기리,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민음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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