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僚愛/양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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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미열
양안다 / 미열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달이 뜨는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았다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아무도 모르는 마음이 뒤따라오는데사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던 위로는 각자의 각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우리들이 꾸려 했던 모든 꿈이 위악이라는 걸 알았을 때, 우리가 느낀 건 실망이 아닌 동경에 가까웠다 밤이 지나고 오는 건 새벽인데 사람들은 왜 아침이 온다고 하는 걸까새벽이 만드는 소량의 빛과 소음 속에서어느 취객은 유기견을 걷어차면서 걷고 있었다 그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을 뱉으며 죽어버리자 그냥 죽이고 죽어버리자, 중얼거렸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는 취한 채 다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어느 날 불어난 강물 위로 달이 깨질 듯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
2020.08.20 -
양안다 / 폭우 속에서 망가진 우산을 쥐고
양안다 / 폭우 속에서 망가진 우산을 쥐고당신이 금요일을 사랑해서 금요일에 만났다금요일이면 같이 커피를 마시고골목을 걷고그러나 이상하게도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없지저번 금요일에는 그림을 그렸다 내가 빈방을 스케치하는 동안왜 사람을 그리지 않는 거죠, 당신이 말했다다음 금요일에는 무엇을 할까아내를 지독하게 사랑했다던 화가의 전시를 본다아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했대화가는 신을 찾았을까우리는 갤러리를 걸으며 화가의 미래로 향한다저기, 저 새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어요교회가 세워진다악마를 그렸구나 불구덩이에 화가의 미래가 있어그런데우리 미래는 어디에 있어?*누가 액자의 간격 같은 걸 정하는 걸까나는 관람객을 관람하고 있을 죽은 화가의 영혼을 상상했다 그는 떠나는 관객을 웃으며 마중했으나 뒤돌아서자..
2020.06.03 -
양안다 / Parachute
양안다 / Parachute 내가 옥상 문을 열었을 때 너는 난간에 서 있었고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볼 수 있을까? 세계의 반대편을." "어떻게?" "땅속 깊은 곳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다면." 나는 뒤에서 너를 끌어안았다 혹시라도 떨어지면 내가 펼쳐지려고 며칠 전에는 너에게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었지 나는 너를 조율하거나 고칠 생각이 없다 가능하면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우리가 망가진 채로 서로를 연주하면 비명을 듣게 될까 그러나 나는 여전히 너의 뒤를 안고 있다 나의 뒤에는 아무도 없다 어쩌면 너는 고장 난 낙하산을 메고 땅속 깊이 박힐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꿈에서 우리는 추락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저 사랑한다고, 사..
2020.06.01 -
양안다 / 오전 4시, 싱크로니시티, 구름 조금, 강수 확률 20%
양안다 / 오전 4시, 싱크로니시티, 구름 조금, 강수 확률 20%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얼굴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웃으면 입은 반짝이게 되는 걸까 해변을 걷다 보면 달이 뜨고 달빛이 수면 위에서 반짝이고 나는 그것을 조약돌이라고 착각했다 작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마다 너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좋아하는 약속 시간은 곧, 이었다 우리는 인적 드문 곳에 앉아 서로의 입에 알약을 넣어주었다 시간이 흐르면 흔들리는 두개골에 못을 박고 싶겠지만 밤의 산책자들, 우리를 지나가며 혀를 차는데 저들을 죽일까 날카롭게 갈린 돌 하나를 뒤통수에 박고 너와 도망치고 싶다 이 행성에서 넌 숨을 쉴 수 있다 네가 숨 쉬는 곳은 한 줌의 주먹 안에 존재하는 우주였다..
202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