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2. 19:36ㆍ同僚愛
신용목 / 기념일
나는 돌아올 수 있는 곳까지만 갈 것이다
11시 58분.
몽돌해변에 도착했다 돌이 돌을 때리고 있었다 죽은 돌 속에서 산 돌을 꺼내고 있었다
나는 잊을 수 있을 만큼만 기억할 것이다
11시 59분.
나는 하나의 돌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와 하나의 돌 사이에 또 다른 돌이 있었다 하나의 돌에 가기 위해 또 다른 돌을 향해 걸었다 돌 너머와 돌과 돌 사이의 돌이라면…… 그것은 파도, 하나의 돌이 깨어나면 모든 돌이 하나의 돌이 되어 도착했다
그것은
파도, 매번 태어나고 있는 중이라서 죽음은 한 번도 생일을 겪은 적 없다
파도처럼
생일과 기일이 같은 사람을 알고 있다
게다가 어버이날
친구로서, 축하와 애도가 하나인 사람
동지로서, 영광과 슬픔이 하나인 사람
게다가 아들로서
부모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한 달 남게 열사의 장례를 치르며 우리는 기회주의자가 되거나 오랜 맹세를 철없는 객기로 돌려세울 시간을 조금씩 늦춰야했다
다는 아니다 현성이 형
전화해서 니 거서 뭐하노? 시 쓴다 카지 말고 빨리 와서 노동운동 해야 안 되겠나!
말했었다 창원 간 날
야근 마치고 아침 7시, 자동차 부품 공장 앞 육교에서 나를 태우고는
검은 차들이 알루미늄 휠을 반짝이며 달리는 걸 보면 눈물이 난다고,
이듬해 전화했을 땐 새로 들어간 공장에서 손가락이 두 개 잘렸다며
접합 수술 잘한다는 센텀병원에 있었다
후배 창근이는, 이라크 전쟁 반대 인간 방패를 짜더니 나중엔 양심적병역거부로 수감되었다
당고개로 예비군훈련 갔다 오며 나와 승진 하룡은 술을 마셨다 간간히 한숨을 쉬었고 제법 술이 올라서는 이 자식 살살 좀 하지, 돌아가며 욕을 했다
오래전
싸늘한 자취방에 둘러앉아 대학 진학과 사회 진출을 고민하던 강식 형은
어느 해변에 닿아 있을까
어제는 오늘만큼만 지나갔고 오늘은 내일만큼만 찾아왔다
12시 01분,
나는 하루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루 앞에는 또 다른 하루가 있어서 하루와 하루 사이에…… 현주야, 잘 사나?
그냥 전화했다 창순이는 지홍이 왔을 때 신훈이랑 같이 보고 정복이는 영태랑 시청광장에서 함 봤다, 말하면
형, 태문이는 기억납니까? 물어오는
수많은 돌들이 해안이 되어
말갛게 해수를 씻어주는 날,
그것은
파도, 하나의 마음이 깨어나면 모든 마음이 하나의 마음이 되어 도착했다
생일의 공포는 그런 것이다 한번 시작되면 영원히 되돌아온다는 것,
나는 죽을 수 있을 만큼만 살 것이다
신용목 / 기념일
(신용목, 나의 끝 거창, 현대문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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