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희 / 확장되는 백야

2020. 8. 11. 23:08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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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희 / 확장되는 백야

펑펑 울고 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창밖에 없는 것들을 믿었다면

더 멀리 갈 수도 있었겠지

어떤 것은 오래됐고 어떤 것은 새것이었다

한쪽 눈을 감으면 다른 빛이 열리는 것처럼

견딜 수 없는 낮과 밤이

구겨진 백지로 버려지는 아침

참았던 분노는 왜 아이가 어질러 놓은

방바닥에서 시작되는가

두 눈을 껌뻑이며 너는 왜

색연필을 뒤로 감추는가 색종이 조각을 줍는가

능숙하게 화를 받아 내고

비 맞은 개처럼 정물화처럼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가

반복되는 용서 앞에서 얼마나 더

무참해질 수 있는가

잠이 들면 나를 제외한 몸들이 밝아 오는

희고 깨끗한 자작나무로의 먼 길

 

 

 

고주희 / 확장되는 백야

(고주희,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파란, 2019)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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