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 고백의 탄생
2020. 8. 10. 21:20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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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 고백의 탄생
휴게소에서 프렌치 토스트를 베어 물고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당신을 만났다
그때 혹은 전생의 어느 길에서 우리는
그 후 시간으로 덧칠이 되어 서로를 알아볼 수 없게 된 후에 한쪽이 빈 가슴으로
일면식이 없었던 당신이 지나쳐갈 때 아직 이별을 알지 못하는 말처럼 심장이 뛰었다
그때 나는 계단을 내려가고 당신은 올라오는 중이었는데
이미 우리는 서로를 느끼고 있었지만
바람 탓이었을까 이마가 싸늘하게 식었다 서로를 바라보던 그 짧은 만남도 금방 식었다
흘깃 당신의 일생을 보았다 그때 나를 감싸고 있던 모든 방어를 내려놓았고
저편에서 한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우리 만남의 기록은 입으로 기록되지는 않을지라도 고백이라는 형식으로 남을 것이다
그 책은 사람의 일생을 기록한 어느 누구의 책보다도 훨씬 두껍고
그 짧은 만남은 두 사람을 오랫동안 정의할 것이다
허준 / 고백의 탄생
(허준, 내가 잃어버린 낙원이 당신에게 있다, 시인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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