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희 / 저물녘의 일
2020. 8. 11. 23:01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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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희 / 저물녘의 일
누워서 멀어지는 구름을 보았을 뿐인데
눈물이 났다
보이지 않는 파동이 긴 고해처럼 흘렀다
제지기오름에서 솟구치던 맥박의 떨림
가슴을 치고 때리는 나직한 소리
바람에 의연한 나무와 필사적으로 흔들리는 나뭇잎들
곳곳 마음인가 싶어 눈을 감았다
감아도 흐르는 얼굴 위를
초여름 감기처럼 잠시 멈출 수 있다면
이제 정말 다 왔다며 손을 이끄는
슬프고 다정한 예감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바람 소리 멀어지고
나는 지친 새처럼 앓고 있다
누군가 급히 길을 내려가고
예고 없이 몰려오는 먹구름
동공에 맺힌 서로의 폭풍을 마주하며
이미 젖은 사람의 입술에
내 모든 걸 걸었었다
고주희 / 저물녘의 일
(고주희,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파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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