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0. 17:29ㆍ同僚愛/유진목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여러 채의 방갈로가 공중에 떠 있는 해안가였다.
방갈로는 기둥을 세워 공중에 띄우고 만조에 물에 잠기지 않도록 했다.
여기에 아버지가 살았어?
로스빙은 그렇다고 내게 알려주었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어린아이를 버린 적이 있다.
어린아이를 버리고 서울의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를 쳤다.
어머니는 소파의 모서리를 뜯으며 게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방갈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모두가 가족처럼 보였고
모두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에 로스빙은 화물칸에 있으면서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상자들 사이에 있었다.
그중에 로스빙이 가장 컸다.
방갈로에서 나온 여자에게 나는 아버지 사진을 보여주었다.
여자는 고개를 내젓고 사진을 물렸다. 물가에는 한 무리 아이들이 얼굴을 씻고 있었다. 아무도 아버지를 안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로스빙과 함께 해안가를 따라 오래 걸었다.
아니야. 여자는 운 게 아니야.
로스빙은 자꾸만 고집을 부렸다.
아버지가 처음 버린 아이는 나의 오빠였는데 그는 재일 한국인으로 사십 년을 넘게 살았다.
그를 본 적은 없다.
나에게 오빠가 있다고 로스빙에게 말했다.
아이를 한 번 버린 사람은 두 번째 아이를 버리고 남은 일생을 살았다.
로스빙 너는 아이를 낳고 싶어?
나는 잘 모르겠어.
로스빙은 앞발로 젖은 모래를 파서 작은 구덩이를 만들고 거기에 구슬을 묻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 로스빙은 수척해 보였다.
아까 그건 뭐였어?
로스빙은 그것이 이번 생에서 얻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곧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유진목, 작가의 탄생, 민음사, 2020